2024. 1. 14.
아이에게
'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마도구. '
나, 아니 클라모르와 나의 목표는 동일했다. 어쩌면 몇 천년 전 부터 만들던 다양한 마도구는, 모두의 편의나 행복을 위한 마도구를 줄곧 계획 해왔고 연구 해 왔으며, 가령 청소를 대신 해 주는 빗자루 라던가, 간단한 쿠키나 간식을 만들어 주는 마법의 오븐 이라던가... 그런 사소한 것 까지 포함한, 거동이 힘들거나 듣거나 쓰는 것이 어려운 등등의 모든 이들을 위한 연구를, 지금도 쭉 하고 있다.
이번에는 어떤 걸 계획해서 클라모르를 놀래 켜 볼까. 하며 나는 혼자서 연구실 책상 위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.
계획의 첫번째는 누구를 위해서 인가- 로 시작된다.
고민을 하다가, 지난번 클라모르와 근처 엘리아노드의 오염되지 않은 공원에서 데이트를 할 때 어린 정령들과 만났었다.
반짝반짝 빛나며 우리 주위를 돌아다니던 작은 아이들, 이것저것 질문하며 눈을 반짝이던 아이들.
아무리 정령이라 한들, 어린 아이들은 항상 즐거운 경험을 하며 성장하기를 바란다.
그 날의 행복한 추억들을 기억하다가 떠올렸다.
그래, 이번 연구의 목표는 아이들을 위해 계획 해 보자!
그렇게 자신에게 힘을 주고, 나도 반짝이는 눈으로 깃털펜에 잉크를 묻혀 양피지에 기초 계획표를 적으려던...
참 이었는데, 어째서인지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.
' 어린아이들은 정확히 뭘 좋아할까... '
사람... 아니, 생각을 할 수 있는 종족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각자 다르다.
이 점은 나도 그렇기에, 계획에만 머리를 쓰느라 잊고 있던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안타까워 보이는 내 사실 하나.
난 어릴 적 기억이 없다. 정확히는... 세븐타워에 처음으로 들어가기 이전의 기억은 모두 말끔히 사라졌다. 억지로 떠올리려고 하면, 몸 안의 마력이 거부하는 듯 두통이 밀려오고 어지러워진다.
엘프가 아닌 인간 임에도 이런 몸을 기적적으로 얻게 됨 으로서 어쩔 수 없는 등가교환 일 수도 있겠지만...
... 이럴 때 만큼은, 어째서인지 기분이 씁쓸해진다.
이런 모습이 되기 전 부터 세븐타워에서 쭉 같이 지내왔기에, 사실은 내 과거까지 너무 잘 알고있지만 말해주지 않는 클라모르도... 이유가 있겠지.
행복한 기억은 아니었을거야.
그러니... 지금을 소중히 하자, 며. 하지만 마음 한 켠에서 두드리는 무언가에 난 억지로라도 긍정적이던 모습을 잠깐 포기하고,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다.
... 그런 슬픔과 죄악감이 담긴, 평소와는 다른 모습의 내가 커피보다 쓴 미소를 지을 때면, 어째서인지 마치 내 상태를 눈치 챈 듯 그가 문을 똑똑, 노크하고 들어온다.
언제나 당연하다는 듯이 한 손에는 커피를, 다른 한 손에는 내 씁쓸함을 지워줄 코코아를.
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클라모르는, 따스한 태
양빛을 가득 안고 꺼져가는 유성의 빛을 다시금 밝혀주기 위해 찾아 와 준다.
- 으응, 고마워... 오늘? 오늘은 말이지! 이런 걸 연구하고 있었어! 에헤헤...
... 연구의 내용은, 어린 아이들을 위한건데, 참고를 위해서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려 했는데~... 아니, 음! 잊을 수도 있...
...
어째서일까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는 나를 자신의 품에 안겨주었다.
이상하네, 분명 평소처럼 웃어보였는데...
왜... 아니야. 안 돼... 당신의 품은 너무 따스하고 사랑이 가득하지만, 이런 때에 안아버리면...
울 것 같아.
... 울어도 돼? 마음껏 품 속에서?
정말이지, 클라모르는 나를 너무 잘 아는구나...
당신은 너무나도 다정하고 사랑스러워. 그럼, 지금은...
-
그 날은... 그저 그렇게 그의 품에서 펑펑 울어버렸다.
둘 밖에 없는 공간에서, 태양의 따스함은 모두 나에게 비춰졌다.
사랑해.
사랑해...
지금을 사랑하자며, 나에게 이런 말을 내내 해 주었다. 과거는 비록 기억나지 않더라도,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나가자며, 쭉 사랑 해 주겠다며.
그렇게, 나는 그 날도 나름의 과거를 채워주는 행복한 추억이 생겼다. 생각 해 보면, 나도 나름 과거가 있다. 비록 클라모르와 노아와의 새로운 모습 이후의 추억 뿐 이지만... 지금의 나 에게는, 그 무엇 보다 사랑스럽다.
이젠 울지 않을거야.
아이에게, 소중한 소원을 들어주는 것도 도움 이겠지. 아이들의 이야기를 먼저 깊게 들어주자. 클라모르가 도닥여주며 말해 준 것 처럼, 처음부터 나 혼자서 무리하지 말자.
이제는 소중한 이가 있으니, 난 아이들 에게 소중하다는 것과 소원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겠다고, 그렇게 다짐했다.
결국 또 도움 받아버렸구나... 헤헤.
오늘의 일기는 필체를 조금 딱딱하게 적은 것 같지만... 처음부터 다시 적지는 않을래.
이 글도 나중에는 웃음이 나오는 추억이 되겠지. 그 땐 그랬지, 하면서.
어떻게 이 일기를 끝낼까...
역시 항상 하던 말로 끝내자. 이젠 괜찮아.
...
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. 클라모르.
???? / 12 / 04
- 아주 잠깐 슬펏던 말괄량이 세실리아.
'조각글 > short' 카테고리의 다른 글
A family blessed with warm spring sunshine and sparkling white stars. (0) | 2024.03.18 |
---|---|
Meteor shower and paradise (0) | 2024.01.16 |
600日, 과거의 별빛이 쏟아지던 날. (0) | 2024.01.14 |
studyonlove (0) | 2024.01.14 |
태양과 유성과 달과 달그림자의 이야기 (현대AU) (0) | 2024.01.14 |